1. 7시. 아예 천천히 일어나기로 한다. 출근시간이 어설프게 겹치는 것보다 나아. 오늘따라 별이가 얌전하네. 밤새 비가 와서 얘도 날궂이하나. 비가 계속 내리고 있구나. 과자 몇 개와 우산을 챙겨나온다. 꿈에선 답장으로 크로스워드퍼즐을 받았는데 결국 풀지 못하고 대충 내용을 읽어보니 이제 좀 작작하시고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는 것이 아니니 그만 좀 당신의 인생을 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2. 뉴스검색. 스아노1. 오전엔 조용하고 할 일이 없다. 그래서 가만히 뉴스검색하거나 잠을 자면 정말로 괴리되어 버릴 것같아 일어서서 움직인다. 이때는 가만히 있어라고 외치지 않는다. 새로 설치한 포스기 주변을 정리하고 빈박스에 청구서 양식을 400장 복사해서 넣어둔다. 세절할 문서박스를 들고 와서 세절한다. 조용하던 사무실이 엄청 시끄러워진다. 그만둘까. 하지만 어느 정도 선까진 멈추지 않는다. 10시. 프카1. 움직이니 앉아있을땐 안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당연한거지. 무이자할부내역을 프린트해서 포스기 옆 벽면에 붙인다. 이러다보니 의도치않게 부가세 예정신고일을 준비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라도 집중하자. 일하러 일터에 온거잖아. 여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해.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습관적인 것 말고. 조그만 더 움직여 봐.
3. 점심은 설렁탕. 식목일 과별 청소점검 1등 상금으로 과장님이 사셨다. 팀장님이 탄씨가 난에 물을 잘줘서라고 해주신다. 감사합니다. 비참해하지마. 그 생각을 하면 더 비참해질뿐이야. 지금만해도 충분히 그렇거든. 나는 낮아져도 집단은 품격을 갖도록, 그 생각에 비참해진채로 매달리지는 마. 지금도 그때와 아주 똑같아. 다만 여기는 내 일이 집단에 기여한다.
4. 6시반. 대강당. 최소한 이렇게는 해야 수비 일인분을 한다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고 싶네요 누구한테도 안꿀린다 이말이죠? 네 말하자면 그렇죠 하며 어제 축구를 잠시 같이 했던 ㅁ반장님과 대화한다. 세리에 유벤투스에 대한 대화 조금, NBA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플옵 그리고 커리에 빠져있는 입장과 사기캐는 안좋아하는 나의 입장으로 대화한다. 11월에 지방청장배 대회, 그는 우승경험이 있는 스트라이커이고 인대부상에 업무과중으로 은퇴의 기로에 있다. 하지만 재활을 위해서 주말에 병원을 빠뜨리지 않기로 했고 헬스를 시작했다. 체력운동으로 하프마라톤 괜찮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해 본 운동이다.
5. 이걸 알고 여기에 대해 대화하는게 다 무슨 소용이야. 맞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게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이 어찌됐건 다 무슨 의미가 있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잘 굴러가. 너의 상대가, 유능한 사람이 내가 아닐 뿐 아주 순리에 맞게 흘러간다. 그런 세상을 살고 있고, 가끔 일관성을 잃고 혹하기도 하지만 실수를 인지하는 텀이 짧아지고 있다. 상대의 입장도 생각해야지. 공정한 게임에서 일방이 실존 이상으로 드러나면 상대의 입장에서는 수비를 할 뿐이야. 큰맘 먹고 하는 행동이 예의나 배려가 아니야. 꼭 다가가거나 드러내야 할 상황에서는 공개적이고 명료한 말과 행동이면 더 나빠질 건 없다. 누구도 복잡해지는건 원치않아. 쓸모없이 복잡하고 긴 문제를 풀고 싶어하지 않아. 뒷장을 살짝 넘겼을때 답이 보이는 문제를 좋아해. 감사하고 비참하고 감사하고 비참하고 괜찮아. 앞장에 문제 뒷장에 답이 있는 단순한 버티기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