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30. 01:04

day 52

1.

돈이 없었다. 취한 상태로 그냥 걸었다. 동전지갑에 동전이 적당히 있다. 맛있는 우유GT 200ml(850원)를 ㄷ마트에서 마신다. 즐겨찾던 ㄱ마트는 망했다. 스2를 1시간 하자. 2판을 지고 2판을 이겼다. 1시간이 지난다. 아침 6시. 돈도, 체력도 한계다. 방으로 간다. 안대를 끼고 잔다.

 

2.

2시. 배가 고프다. ㅅ이 온다고 해서 참는다. 날계란을 풀어 참기름과 섞어 마신다. 2개를 마신다. 그래도 배가 고프다. 콜라를 온더락으로 마신다. ㅅ이 온다. 중국에 다녀와서 45도짜리 백주를 가져왔다. 이건 대체 뭘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체온덩어리'의 방문. 힘들어 보인다. 다만 '알콜덩어리'를 가져왔다. 이건 나를 괴롭게 만들겠지. 그거면 충분해.

 

3.

'너구리'라면을 먹고 피방. 불지옥 2막을 돌다가 그는 유의미한 체온덩어리를 만나러 간다. 이 시점에서 그는 완전한 승자다. 나는 차가운 기계덩어리와 소통한다. 이 안에도 '사람'은 있지만 나를 직접 찾아오는 ㅅ만큼이나 무의미하다. 그저 뇌의 화학작용이 자신을 기만할 뿐이다. 8시. GSTL결승을 보며 식사를 한다. 무의미한 것치고 이렇게 재밌는건 없다.

 

4.

10시. 운동장. 25바퀴를 돌아도 어제의 그 '고단한'상태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힘이 들지만 겉만 핥고 있는 느낌, 힘들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느낌, 경쟁을 수단으로 서로가 납득하기 위해 힘들어하는 기만적인 감각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어제의 야간마실테크는 농도가 짙었다. 느리게 달리는 수밖에 없다. 오직 그 고단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느리다. 하지만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마지막까지 내 호흡을 잃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계속된다. 30바퀴. 드디어 고단해지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이 때까지 달리며 했던 생각, 레이스는 오직 이 지점을 위한 것이었다. 과연 여기서부터는 힘을 빼고 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버티질 못하니까. 힘을 빼고 호흡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5.

2시. ㅅ과 패밀리마트 게토레이(900원) 한 캔. 피방. 5시. 오는 길에 ㄷ마트에서 '북촌명가 고기만두' 400g x 2(5,300원), 오비골든라거 1.6리터(3,900원). ㅅ이 존다. 당연히 피곤하겠지.

 

6.

7시-1시. '이가소머리국밥'에서 소머리국밥(7,000원) 2그릇. 사주는게 부담스럽다는건 채무감을 느끼기 때문이겠지. 그런 식이라면 사는 사람도 불편해. 좋아서 사는거니까 노력해서 '먹어준다'는 인식이 서로에게 편해. 언제나 그렇고 그 뿐이야. 여기서 더 나가면 돈과 시간 낭비일 뿐이다. 부담스러우면 안 오겠네 하며 기뻐했더니 ㅅ도 왠지 기뻐한다. 내 반응을 즐기며, 그렇기 때문에 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내 무덤을 파는 격이지. 무엇보다 무의미한 만남일 뿐이야. 그저 외로우니까 나는 만남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지.

 

7.

2시부터 7시까지 피방. 내가 좋아서 산거니까 이건 당연히 더치페이. 긴축하자면서 부채감때문인지 굳이 저녁을 뭔가 사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아꼈으니 방에 가서 햇반으로 식사하는게 맞지. 그래도 '육쌈냉면'을 제안해서 갔더니 대기줄이 길다. 방에서 양념고기를 굽기로 하고 '진로와인'과 '죠스바' 그리고 내가 부탁한 '서울우유'를 사서 온다. 와인과 남은 맥주를 비우고 술주정을 하다가 나온다.

 

8.

9시. 취한 상태로 걷는다. ATM으로 5만원을 뽑고 영화-<<어메이징 스파이더맨>>,<<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러 갈까 생각해 본다. 결국 다시 기계덩어리를-이번에는 거대하고 시끄러운-찾는 셈이다. 아냐, 그보다 내가 원하는게 있어. 이렇게 취하지 않으면 내키지 않는 곳이. 서점. <<영어 리스닝 핵심패턴 233>>(16,800원)을 산다. 이걸로 회청수를 높이면 분명 능력이 상승한다. 내가 할 수 없던걸 할 수 있게 된다. 이거 2달 만에 한 걸음이지. 분명 K 6.1의 다음 수지.

 

9.

10시. 33,000원에 등안마집중코스를 받는다. 뭉친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40분. 시원하다고 칭찬했더니 중국인 남자안마사가 기뻐하며 더 열심히 눌러준다. 이건 가격대비성능비가 좋은 서비스다. 언제 어디서 한 번이라도 이렇게 내 몸을 위해 돈을 쓴 적이 없었고, 이렇게 기뻐하며 열심히 안마해준 사람도 없었지. 고작 33,000원으로 체온을 샀다. 주말간 썼던 8만원 중에서 가장 유의미하다. 아니, 152일간의 지출 중에서 가장 쓸모있다.

 

10.

내일부터는 2주짜리 호흡이다. 버틸 수 있을까. 힘을 빼는 수밖에 없겠군. 고단하고 서늘하고 포근한 영역에 도달할 때까지 가는 수밖에. 그 장소가 어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