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8. 02:37

day 62

1. 6시. 꿈. 용병을 은퇴하고, 만화가로 전업한 인기가수와 같은 길을 걸어간다. 옛 동료인 뚱뚱한 근육질의 흑인이 새 의뢰를 받고 입국한다. 임무 수행 중에 배신하지만 무너지는 돌기둥에 깔려 제지된다. 죽을 뻔했다. 알고보니 용병 이전에 살인범이었고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상의 내용이 오쿠다 히데오식의 익살스런 문체로 그려진다. 소설같은 꿈이다. 7시20분. 늦잠. 내일도 알람을 맞춰놓고 자야겠어. 내일은 기어코 지각해야지.

2. 9시. 어기적거리는 동작으로 움직이고 의식은 하되 감히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는다. 그 자세로 양치를 하고 타과에 다녀온다. 힘있게 인사하고 주눅든 채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지 않도록 힘을 준다. 10시. 공문보고가 있을 때마다 새삼스럽고 짜증내실 것 같지만 마지막 남은 기회라 생각하고 힘있게 걸어간다.

3. 보안시험쳤어요. 응 쳤어 어떻게 시험이 그럴수가 있어. 왜요? 아닌가..? ㅋㅋㅋㅋ 오늘은 뭐해요? 모르겠어 오늘도 살아야지. 10시. 오늘은 야외의 시야가 또렷하다. 졸리지도 않는 날이다. 그리고 잊고 싶은 기억의 편린에서 나온 아이와 장난을 친다. [그저 의외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4. 3시10분. 스캐너as를 신청하며 이제 뭔지 알았지. 그렇게 닫혀 있어도 오늘처럼 일이 풀려 나가면 자연스럽게 열정이 한방향으로 향한다. 그러니까 닫아두는게 맞다. 적당히 기대는 느낌으로 재미도 열정도 없이 실망시키느니 완전히 돌아서도 가끔 정답을 맞추는 정도가 내겐 맞다. 지금은 오히려 어린이, 어린것이란 말이 더 정겹게 들려. 흐지부지 퍼져버린 장난같은 성인보다는 고통받으며 단단해진 어린이가 살아남기에 적합해. 그때 난 여전히 참하게 예의만 남은 웃음과 인사를 거부했고 결국 그마저도 남기지 못한거야. [그게 남으면 뭐가 달라져?] 지금도 연말처럼 마음졸이며 살려고? 됐어. 시도도 못하고 마음만 품고 있는 사람들보다 못할 것도 없어. 멈춰선 지점을 잊고 멈추기 전 지점으로 계속 돌아가는 짓이 개병신같고 반복할 때마다 드럽게 아픈게 문제지만... [병신을 알아가고 고통스러워서] 다행이다. 그게 힘든 현실보다 더 힘들어서 다행이다. 돈 버는 일과 더불어 기댈 것이 있어 다행이다. 이제 확실히 어디가 어떻게 병신인지 좀 더 알겠어.

5. 피하고 싶은거 다 피하고 [뭘 피했는지 그래서 뭘 밀어냈는지] 잊고 고갤 빼꼼히 내밀어 살만하다며 웃으며 나대는 꼴이라면 집어치워. 난 오빠답거나, 브레인 몫을 하거나, 유들유들하거나 하는 좋은 예감들을 짓밟아놨어. 저렇게까지 주눅들게 있을까 보는 사람이 눈살찌푸려질 정도로. 지독하게 못났구만 하는 느낌으로. 그냥 경쟁이었다면 게임 오버. 절대 못 이긴다. 지독한 놈들의 비율은 어딜가나 비슷해. 말하자면 에픽템을 하나 들고 있는거지. 그것도 꽤 지나서 가치가 떨어지지만 어딜가나 희소성은 있는 정도의. 대체로 고립되어 있다가도 할 일이 엮이고 일이 풀리면 또 마음이 흘러야 할 곳으로 흐른다. 그렇게라면 흐지부지 웃든 인사를 하든 하지 않든 아무 상관없었을거야. 마음에 사랑이 약간 흐른다. 이건 바닥을 기고 고립된 채 홀로 움직이는 절절한 마음이야. 또 해야 할 행동을 할거야. 내가 피한 것들을 잊지 않으면 떳떳할 수 없다.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데 힘들어. 그리고 딱 그만큼 결과물이 다르다.

6. 6시. 굳이 좀 더 남는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카누1. 나갈때 업지팀에게 인사를 한다. 정말 풀기싫은 문제같은 놈이야. 시험에도 안나오는데 드럽게 꼬아놓기만한 문제. 다끝났나. 네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마이잘어울린다. 감사합니다 짝퉁이에요. 외롭지않나. 외롭습니다. 외롭습니다하면 되나. 술 사달라 그래. 그래서 힘든건 아니구요 사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외롭겠다는 말을 나흘동안 세번 듣네. 그리고 고마운 줄을 몰라. 잠자는 것 외에는 방법도 없으면서.

7. 9시. ㅅ형. 예전처럼 걷는다. 한참을 걷는다. 애기키우며 상상못했던 부분들이 변해간다. 난 이해 못하겠어. 앞으로도 이해 못해. 도네누. 너가 천사라고 한때부터 벌써 이해하고 챙겨주기를 포기한거야. 걔가 반찬 달라고 했어. 상주 와달라고 했어. 챙겨주는 누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의 비유 이상으로 상처받지마. 
#1. 경아. 장소가 갑자기 바뀌어서 많이 당황스럽지. 미안하다. 그러기 힘들겠지만 나랑 있을땐 항상 맘편하게 가져. 내가 다 알아서 할께. 사소한 문제들이야 언제나 발생하는 거니까 신경쓰지 말구.(재밌는 얘기, 택시비, 엄마X) 
#2. 그럴 리 없겠지만 모르는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구. 나도 모르면 공부를 해서라도 알려줄께. (소심, 정적임 x)
#3.도망. 폭음. 토로. 눈물. 잠. 탁구. 여행. 몇개는 최선을 다한거야. (어쩔 수 없었던 것에서 잘한 것은 칭찬해줘.)
#4.절박하면 혹은 억울해서 그럴 수 있다는거 이해해요. 그래도 또 이런 얘기할 때는 여유를 갖고해요. (자기 마음도 모르고 빼앗기기만 했던 엄마를 이해해줘.)(그리고 하나 더. 무시당하고 끌려가지 말아. 끌려가게 되더라도 조리있게 반박해. 다시는. 빨리 인지하고 빨리 돌아와야 해.)
#5.겨우 다 지웠어. 전 네 명과 만나고 있는거군요. 솔직한 모습도 장점인것 같아요. 버럭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예요. 오빠도 자상한것 같구요. 정말 미안한데 내가 좋아하는 것도 진심이에요. 다만 시간이 필요하지요.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됐으니까요. 겨우 생각났어. 눌리고 비굴했던 시간 이전에 너가 내게 말이란걸 했을 때가. 너가 필요하다던 시간들을 내가 주정하지 않고 챙겨줄 수 있었다면 달랐겠지. 그리고 그걸 할 수 없는 무능하고 고립된 나는 후회할 자격도 없어. 그때도 지금처럼 도망과 회피쪽을 선택했어. 그래서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시험은 망쳤는데 오답노트를 만들지도 미친듯이 공부하지도 않는다. 결국 반복만 있을 뿐 나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