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의 과금체계 - 묶어팔기와 가격차별

7월 15일부터 스타크래프트2의 최종 베타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이걸로 시운전은 끝내고 27일에 정식발매가 된다. 이번 베타테스트는 블리자드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어 집에서도 접속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플레이해본 소감은 스타크래프트1의 장점이었던 초반전투의 묘미를 잘 살렸다는 것. 워크래프트3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는 롤플레잉의 요소가 많아 자칫 긴장감이 떨어질 수가 있는데 스타2는 플토의 시간증폭, 저그의 라바스포닝, 테란의 융합로와 같은 초반 생산력을 높여주는 시스템으로 치열한 전투가 가능하게끔 만들었다는게 내 소감이다.

스타2의 과금체계는 경제학도로서 나의 흥미를 유발했는데, 그것은 '묶어팔기'와 '가격차별'을 적절히 사용했기 때문이다. 스타2의 과금체계는 다음과 같다.

 일반가정  사용료  PC방 사용료 (원) 
 1일  2,000원 (1시간 83.3원)  400시간  102,300 (1시간 233원)
 30일  9,900원 (1시간 13.7원)  800시간  192,500 (1시간 219원)
 WOW정액제 가입시  무료  1,600시간  379,500 (1시간 216원)
     3,000시간  671,000 (1시간 203원)

먼저 묶어팔기. 일반유저의 한달 사용료는 9,900원이고, WOW정액제 17,700원 가입시 무료이다. 이는 WOW에 대해 7,800원 이상의 지불용의가 있는 소비자들이 스타2에 대해 9,900원의 지불의사가 있다면 둘이 묶어 17,700원에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 된다. 나 같은 경우 두 게임 모두 좋아하므로 17,700원을 지불하는게 합리적이겠지만 내가 가진 시간의 제약상 두 게임을 동시에 즐기기는 무리가 있으므로 스타2만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게임을 아예 하지 않는게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비효율적인 가정이므로 무시한다. (이 가정이 나에게 효율적일 때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곧 있을 것이다.)

가격차별의 요소는 스타2를 수요하는 집단을 가정과 PC방, 2개로 분류한다. 분류가 가능한 이유는 ⓐPC방의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가정보다 훨씬 낮으며, ⓑ두 집단간 전매(買:사서 되파는 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건 사용료부과의 문제이지 제품가격의 문제가 아니므로 전매라는 개념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Blizzard사는 가격탄력성이 낮은 PC방에 높은 가격을 부과하고 일반가정에 낮은 가격을 부과하여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 1달 기준으로 무려 16배나 높은 가격을 부과했다. 이쯤되면 가격차별 중에서도 소비자잉여를 몽땅 빼먹는 1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거의 독점적 횡포에 가까운 것이다. 스타1 유저에 대한 일종의 신뢰가 있는 셈인데 과연 유저들의 충성도는 어느정도일까. 만일 블리자드사의 가정대로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다면 장기적으로 모든 PC방이 가입하게 되어 단기의 초과이윤을 없앨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스타2는 소수 매니아층을 가진 잘만든 게임정도로 남을 것이다. 나는 전자의 가능성이 높으며 블리자드사의 과금전략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본다. 아마 스타크래프트2는 올해 내에 프로게이머들의 리그를 탄생시킬 것이다. 다만, 비싼가격에 대한 항의로 다소 협상을 거쳐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타2가 한국 게임시장을 독점하고 난 이후의 일이다.

                                         2011.4월 시즌2 플레이기록. 1:1 마스터리그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