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ibyul 2016. 4. 30. 01:34
1. 6시. 일찍자고 악몽. 무수한 바ㅇ벌레들이 이불 속을 뚫고 나와 온방으로 흩어진다. 가여운 별이 몸에도 달라붙는다. 내가 바느질을 해서 터진 이불을 막았어야 했어. 가만히 보고만 있었고 지나고나서 후회하는 초라함과 궁색함만 남는다.

2. 처음엔 아주 사소한 정도였다. 꿈2. 우유를 가지러 교실로 간다. 공튀기기를 좋아하는 통통한 친구에게 손짓을 한다. 무심한듯 보다가 낯설어진다. 나는 말이 앞서고 끈기가 없었을 뿐 AB도 안되면서 Z를 원했고, 그걸 알았기에 정말 비참해졌다. 누가 내게 어울리건 AB를 배워가야하는데 그러기엔 책임져야 할 길이 앞에 있을 뿐이야. 내 행동과 말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내 이기심과 고집으로 낳은 결과에 호의를 갖는다. 딱 거기까지야. 그런데 생각을 잘해야해. 오래된 열등감으로 쪼그라들면 모두가 내게 차가운 너가 되어버린다. 그런걸 원하는게 아니겠지. 나는 혼자야. 내가 무너지면 날 잡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동정받고 싶지 않아. 바라는 쪽으로 가지 말고 존중과 책임감을 갖고 손과 목에 힘을 주고 담담하게 행동하면 나의 무능을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면전에서는. 괜찮아. 내가 눈치보지 않는 한은, 차라리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제멋대로인 한은 괜찮아. 카누와 포션이 있잖아. 반장님들께 인사잘하고.

3. 아침식사는 간단히 라면. 왁스프레이. 잘 잔 편이야. 자커1. 스아노는 쉬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심슨 15기,16기와 엑퍼클을 보고 스2 리그 진입하고 공부하는 것 정도였지. 지금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직장의 말단관리자가 되어 돈을 버는 일을 할 수 있다. 생산성으로 치면 13년의 세계와 비교할 수 없고, 힘든 것으로 치면 15년 말의 유리된 세계와 비교할 수 없다. 둘 다 좋은 방향으로. 다만 다음날 살아남아 멀쩡하게 출근해도 정말 다행인건 생존 그 자체가 아니라 어린이에 한숨만 나오는 사람임을 잊지 않는 기억력이야. 그런 취급을 받는것이 싫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면 관계에서는 정지]야. 좋진 않지만 정지하는건 대안없는 내가 할 선택은 아니야.

4. 심지어 슬반장님과 둘이 식사를 하면서도 할말이 그렇게 없냐. 이게 문제구나. 고마워하거나 깍듯이 대하지 못하면 달리 어찌할 바를 몰라. 뒤집어보면 내게 도움을 줘야만 혹은 야단을 쳐야만 상대할 수 있다는거야. 이게 문제야. 그렇게 받는 형태 말고는 주는 쪽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엄청나게 불균형하고 시시해서 금방 질려버려.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은 오히려 수비하는 것이지만 표현이 시시한건 소재부족이야. 좀 개발해야해. 오늘 있었던 일이나 입고 온 거 헤어스타일 같은거. 아니면 둘만 아는 소재.. 그런게 생각날 정도면 괜찮겠지. 그렇지가 못한거야. 블아 같은거. 둘다 좋아하는 맥널티 블랙 아메리카노가 너무 좋아서 블아라고 줄여서 부를 정도라고. 블아 맛있어 하면서. 다른 때였지만 여기서 빵 터져주는 윤반장님이 대단한거야. 예전이 ㅇ이가 아아노라고 했을 때 그게 뭐지 하면서 내 반응이 미적지근 했잖아. 그러니 별로 마음에 안드시나 보네요 그러지. 윤반장님이었다면 빵 터져주고 ㅇ이도 싱글거렸을거야. 그러니 한마디라도 내가 잘한줄 아는 나는 가급적 감사하고 가만히 있자.

5. 담당은 권한이 아닙니다. 아냐 담당하는게 권한이 있는거예요. 최대한 참고해 보겠습니다. 사실 불필요한 근무였다. 하지만 그 마음은 따뜻하잖아. 그래서 정말 이게 무슨 일이냐고 0.5일분이라도 반영하겠다고 농담도 한다. 진지하면 정떨어져. 적당히 해야지 너말야. 누가 그렇게 피해를 준다고 여유가 없어. 그냥 시답잖은 말장난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끌어와 강고히 지켜야 할 현실과 부딪히는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는 농담을 하는거야. 괜찮다. 그런건 괜찮아. 그 순간에 적합한 한마디가 주워들은 재치있는 말 한마디보다 나아. 뒤에건 많을수록 악화되지. 윤반장님이 슬언니와 탄이 둘다 블랙 엄청 좋아해 했을때 바로 옆에서, 어느 정도냐면 블아라고 불러요. 블랙 아메리카노. 해서 빵터져주신 장면처럼.

6. 9시. 피자나라치킨공주 페퍼로니피자. 그리 당기진 않지만 맥주를 사러 나선다. 마시든 말든 일단 나온다. 시유 칭다오, 파울라너 4개 만원에 산다. 칭다오를 마시며 파판14 조디악 웨폰 브레이브 퀘, 극리바, 극시바 토멸전을 돌린다. 제멜을 돌다 존다. 내일은 출근하지 않는다는 안도감 하나만큼의 여유를 갖는다. 오늘 교육때 과장님과 팀장님, 차장님 한분도 미동도 없으셨지. 실전에 극도로 연마된 분들이야. 그들이 맞고 내가 틀렸다. 절박함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뒤를 잡을 수 있다. 오직 그것 하나로 대강당에 혼자 남아 있었지. 그 행동으로 차장님과 어른다운 대화를 하였고. 더 빨려들기 전에 시선을 떨구고 잔무를 처리하고 나왔다. 1시. 보일러를 켜 머리를 감는다. 상을 닦고 접는다. 누워서 일기를 쓰며 음악을 듣는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지만 이 순간은 편하네. 끊임없는 자책과 중얼거림에 중독될 필요없는, 출근할 필요없는 편한 밤이다. 그냥 지금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