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ibyul 2012. 11. 2. 21:26

1.

4시반-11시. 내 마음대로 뒤틀어 놓은 모습의 ㅋ씨를 만나는 꿈을 꾼다. 그건 조금도 현실이 아니지.

 

2.

12시. 신문을 깔고 고기를 굽는다. ㅂ이 플라스틱컵을 가져다 준다. 종이컵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 이불을 세탁기에 돌린다. 섬유유연제로 헹굼-탈수하고 빨랫대를 복도에 세운다. 스팸도 굽고 필스너를 마신다.

 

3.

2시. ㅇ당구장. 10분당 200원이 인상되어 1,000원이다. 주변에선 싼 편이다. 6시. 스팸과 계란을 굽는다. 김치들은 맛이 절정이다. 다음 주에 할머니께 받을 김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한다. 마지막 종량제 봉투를 내린다. 이불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이불 뒷면에 '스폰지밥'무늬가 있는걸 확인한다.

 

4.

헷갈린다. 마치 내가 원해서 꼬붕을 선택한 것 같고, 이기적인 태도로 상대의 이해심에 구걸하는 것 같이 느낀다. 혼자선 아무것도 아니면서 관계 속에서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고 애쓰는 것 같다. 내가 원한게 아님에도 이 상황 속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어느 순간 허영에 찌든 모습-너무나 친숙하고 지긋지긋한-의 나를 발견하게 될까 두려워진다. 두렵다. 내가 잘라버린 것들과 떠안을 것들을 너무나 쉽게 잊을까, 아무것도 아닌듯이 버릴까봐.

 

5.

네이버지도로 확인했던 농협은 공사중이라 길건너편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맞은편으로 돌아가 찬찬히 찾아보니 불이 켜진 ATM창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0만원이 반토막이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