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ibyul 2011. 10. 8. 09:53
1. 새로산 것 : 없음

2. 필요한 것 : 없음

3. 생활 : 서울에 온지 한 달이 넘었다. 9/15에 택배로 왔던 컵라면 30개, 북어국밥, 런천미트 등이 벌써 동났다. 평
             균적으로 하루 한 개 이상 먹은 셈이다. 물론 입은 한 개가 아니었지. 달라진 건 런천미트를 구워먹는 습
             관이 생긴 것과 컵라면을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다. 

             몸은 조금 가벼워졌다. 뱃살이 조금 빠졌다. 등을 펴고 다니려고 노력을 한다. 확실히 서울 올라오기 전 
             보다 건강해졌다. 나를 돌볼 사람은 나 밖에 없어. 한 가지 자랑스러운 일은 서울 올라온 이후로 한 번도
             세탁기를 쓰지 않은 것이다. 속옷과 티, 수건을 그날그날 손빨래하고 방에서 말렸다. 내가 운동을 매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내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2시간 이상 소비한 것으로는 운동이 있고, 잠이 있으며, 식사가 있고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있다. 6시간 잔다고 치면 12시간은 정해져 있다. 이게 내 삶이다. 나머지 12시간 중에 8시간은 일/공부하
             고 4시간은 노는게 내 인생의 목표다. 하루에 8시간이면 꽤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 정수석은 하루 12시
             도 모자란다.

             오늘은 MIS를 3시간봐서 4/20을 만들고, 소설 서평을 3시간 동안 쓰고, 1:1을 30판하고, 400m 트랙을 30
             바퀴 돌자. 그리고 택배를 수령해야지. 3/3/30/30/수령. 이게 내 인생이다. 그러다 혼자 늙어죽는거지.
             의학의 비호 아래에서 시간의 권태로움과 싸우며. 이건 아주 현대적인 죽음이다. 바슐라르의 분류에 의
             하면, 강사님 생각에 따르면 '물'의속성을 갖는다. 박민규씨 소설제목처럼 '누런강 배한척'이다. 

             토요일에는 셔틀운행을 하지 않는다. 5516번을 타고 중도에 도착하니 11시 반이다. 늘 앉던 자리에 앉았
             는데 계속 기침이 난다. 목이 간지럽다. 중도 공기가 안좋은건가. 아니면 택배배달이 잘못되었을까 생각
             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건가. 기침을 통제할 수가 없다. 내 집중이 안되는 건 둘째치고 말은 안해도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방해가 된다. 10분쯤 견디다 나왔다. 어쩌면 아까 마신 자판기 커피가 문제일 수도 있다.

             중도 자료실에 일반 등록을 하고 들어왔다. 모바일학생증이 배터리 아웃으로 쓸 수가 없다. 내 폰은 통화
             의 용도보다는 학생증 용도로 더욱 긴요하게 쓰인다. 박민규씨의 '카스테라'를 읽다보니 기침이 진정되고
             목의 간지러움이 사라졌다. 훗날 내 아들이 - 만일 있다면 - 이유없이 기침을 하면 재밌는 일에 집중시켜
             봐야겠다. 이렇게 되면 원인은 MIS공부에 있었던 말이 되는데 의외의 결론이다. 아니다. 자료실의 공기
             가 깨끗해서일 수도 있고, 커피의 이물질이 기침으로 다 제거 된 타이밍일 수도 있고, 재미는 일로 스트레
             스를 잊은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 가설이 가장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복잡하다.

             만일 ㅇㅇ씨가 기침을 하면 ① 바깥 공기를 쐬고 ② 뭘 먹었는지 물어보고 목에 낄 만한 것이면 기침을 시
             키고 ③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이든 재밌는 일에 신경쓰도록 만들자. 이 정도하면 내가 아는 기침의 원
             인들은 다 소거한 셈이다. 그래도 기침이 나면 참거나 약국 혹은 병원에 가야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전까지이고 내 몫은 뭐라고 해도 할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신경쓰듯이 할 것이다.

             1시간 반 정도 책을 읽자 기침이 완전히 멎었다. 이걸로 나에 대한 글은 그만 써야겠다. 이제 박민규씨의
             글을 쓴다.

             '좋은 시절이었다. 욕만 잘해도 로커가 되던 시절이었고, 그저 두들기면 사람들이 열광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마치 거짓말 같다. 철학을 전공해서인지는 몰라도 B는 매사를 깊이 생각하는 친구였다. 적어
             도 나보다는 아는 것이 훨씬 많았고, 이런저런 삶의 경력들이 꽤나 다채로운 친구였다. ... B가 삼수를 했
             고, 나보다 두 살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것은 두 명의 베이스가 바뀌고, 두 번의 학기가 지나고 난 가을의
             일이었다. 말을 높이기에는, 이미 서로가 너무 친해져 있었다.'
 

             나의 '카스테라'는 손빨래다. 이제 방에가서 자고 싶다. 배도 고프지만 그의 '카스테라'를 먹어서인지 점
             심 생각이 없다. 배가 고픈데 먹고 싶지 않다. 잠이 온다.

             통신장교가 몇몇 지인들과 7시에 사당에서 만난다고 한다. 드미트리를 찾았듯이 다녀오자. 불러주는게
             고마울 따름이다. 택배는 전화로 확인해보니 부산집에 간 알라딘 택배였다. 일단은 안심이다. 지금은 좀
             자야겠다. 

             새벽의 사우나는 고요했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마치 친구앋 같은 한 마리의 너구리에게 편안한 마음으
             로 등을 맡겼다. 참으로 등을 밀어본 지는 몇 년 만의 일이었고, 너구리는 무척이나 등을 많이 밀어본 솜
             씨였다. 이상한 일이지만, 등의 때를 밀면서 나는 아주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구리
             의 마지막 손질이 끝났을 무렵에는, 비교적 즐거운 마음이 될 수 있었다. 이제 그만 일어서려는데 너구리
             의 묵직한 손이 내 어깨를 누른다. ... 아직. ... 뭐가 아직이지? 의아했으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비누칠이었다. 너구리는 말끔히 때를 민 내 등의 전역에 시원스레 비누칠을 먹였다. 이럴 수가. 그
             것은 말하자면 너무나 환상적인 플레이여서, 마치 비행기를 타고 오하이오 주의 창공을 날고 있는 기분이
             었다. 아아, 나는 그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결국 나라는 인간은 - 그래서 울컥 뒤를 돌아
             보며, 겨우 이런 말이나 하는게 고작이지만. ...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5시에야 일어났다. 그리고 너구리가 한 마리 배달됐다. 마음이 안정된다. 나도 ㅇㅇ씨에게 너구리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너구리는 CD를 들고 왔다. 이누야샤, 드래곤볼Z3, 그란투리스모4, 괴혼2, 갓
             오브워, 시노비, SSX3, 원피스라운더랜드, 소닉히어로즈, 에스프가루다, 데빌메이크라이3, 수왕기, 라이
             덴3, 버추얼파이터4, 록맨, 컴온베이비, 그리고 철권4. 아담한 사이즈의 가방에 컨버터블 케이블과 전원
             선, 컨트롤패드와 본체가 들어있다. 나의 너구리는 바람 속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 방에도 있다, 


             그대를 알기전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요. 죽어있었는지도 몰라요. ㅇㅇ씨 그대 하나만. 오늘 즐거
             웠어. ㅅㅇ형, ㄱㅎ형, ㅈㅇ형, ㅈㅎ형, ㅎㅊ형, ㅈㅎ. ㅈㅇ형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이해해줄줄은 기대
             도 안했었다. ㅈㅎ형은 여전히 멋지구나. 형 좋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서교수. 10/30일에 형이 결혼한
             다고. 너보러 꼭 갈께. 너도 패스트핵을 봤구나. 나의 반쪽같은 친구다. 희망사항이지만. 시간나면 김학
             수 선수의 플토도 봐봐. 최지성 선수만큼은 아닐지라도 좋아하게 될거야. ㅈㅎ형, 서교수. 나 자신같은 
             친구들. 그리고 눈매가 잊혀지지 않는 ㅇㅇ씨. 당신을 향해 달리고 빨래해요. 기적이라도 있다면 당신을
             들을 날도 있겠죠. 감기 조심해요.


4. 신경쓸 것 : 정수석에게 3천원 갚을 거 있다. 통신장교에게 3만원 갚을 거 있다. 이건 꽤 오래 됐네.
                    ㅈㅇ형한테 10만원도 있구나. 만나니까 기억난다. ㅋ. 취직하면 갚아드릴께요. 무이자 감사요.

                   ♪마빈 게이 - what's going on?

                   ♪레드제플린 - Good times, Bad times

                   12월~1월 중에 스키장 추진. 이건 내 몫이다. 오늘 모인 사람들 + 이사벨동문 + 동문 선배. 몇 명이 
                   모이든 내가 할 일은 해야지. 1) 연락을 하고  2) 계획을 전달하고  3) 중간에 한 번 모이고  4) 출발.
                   세 명이 모여도 가자. 내 선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