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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10일차

Tanibyul 2011. 9. 17. 01:16
1. 새로산 것 : 없음

2. 필요한 것 : 없음

3. 생활 : 오늘도 잘 잤다. 모기 어디갔니. 7시반에 일어나 정수석과 '미역국밥'을 먹었다. 정수석의 방에 전자렌지
            가 있다. 맛은 괜찮았다. 

            9시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오는 길에 학생회관 복사실에서 교재를 사왔다. 첫 페이지는 서
            사극과 현대극, 그리고 소설을 비교한 글이 있었다. 내면과 세계의 조화가 이루어진 것이 서사극이라면(이
            것을 양식화라고 한다) 내면과 세계의 간극이 있어 그것을 좁히려고 모험을 하는 것이 현대극이고, 내면과
            모험의 균열로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이해했다. 즉, 인간은 갈수록 초라해지는 것이다.

            오늘 수업은 '서사주제론'에 관한 것이다. 오늘 강사님은 렌즈를 끼고 간소한 차림으로 오셨다. 머릿결이
            하늘거리며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목소리와 미소만 아름다운게 아니었다. 암튼 지금은 그게 중요
            한게 아니다. 오늘 내가 보아야 할 것은 '어떤 방식으로 타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가'이다. 지난 수업은 ⓐ
            낭독하기 ⓑ 역사적 배경의 설명 ⓒ 이론적 설명 ⓓ 대표작품, 인물의 소개 ⓔ 토론 의 방식으로 진행되었
            다. 오늘 수업을 관찰한 결과, ⓐ 이론적인 부분을 역사적 배경을 통해 설명하고 ⓑ 대표작품들을 통사적,
            동시대적으로 소개하였으며 ⓒ 하나의 작품을 낭독하며 토론하였다. 다소 섞이긴 했지만 그 내용은 큰 변
            함이 없다. 정말 대단한 부분은 이 수업을 들으며 전혀 지겹지 않고 편안하게 느끼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
            한 것은 강사님이 계속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하시기 때문이다. 발표자가 되었을 때, 아무리
            재미있고 괜찮은 내용이어도 시선을 피하고 딱딱하게 진행하면 모두가 힘이 빠질 것이다. 이것은 내가 배
            워야 한다. 우선은 내용이 충실해야 겠지만, 그 후엔 꼭 호응하며 발표하도록 노력하자. 나를 위해서가 아
            니라 듣는 사람들을 위해서 호응하는 노력을 하자.

           수업 말미에 김숨 작가의 '손님들'이라는 작품이 소개되었다. 이 작품은 카프카를 연상케하는 무기력한 개
           인이 등장하는데 나는 이 주인공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카프카가 벌레였던 것처럼
           김숨이라는 작가는 고양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지엽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냥 조
           금 생각하다보면 어쩌다 떠오를 수 있는 생각일 뿐이다. 나는 두렵다. 나의 조금 뒤틀린 관점이 타인을 배
           제하는 것처럼 보여질까봐. 그것만큼은 두렵다. 그러니까 제대로 노력하자. 깊이있는 발화는 모두를 포용
           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극한까지 하는거다. 살아있다면 말은 할 수 있을 거라는 심정으로.
           마치 30바퀴를 뛰듯이. 나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 그러다보면 어느덧 금요일이 되겠지.

           발표의 틀은 정했다. '광인일기'를 종축으로는 '문학사회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횡축으로는 '서사주제
           론'의 관점에서 여러 문화들과 비교하여 그 교점에서 소설의 '갈등구조'와 '고유한 전달방식'을 분석하는
           것이다. 우선은 시대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전후 문학, 영화 등과 비교한다. 그리고 소설의 내용을 갈
           등을 통해 접근하여 특수하고 고유하다고 생각되는 부분 하나에 집중하여 분석할 것이다. 강사님이 보여주
           신 그 편안함을 흉내라도 내보자. 가장 완벽한 표본을 6시간에 걸쳐 두 번이나 보았으니. 나는 고작 30분
           정도만 해내면 된다. 한 시간쯤 지나니까 피곤하신 기색이 보이던데 캔커피라도 사드리고 싶었다.

           취업준비생과 박서가 한국투자증권 설명회에 같이 갈 뻔 했다. 박서는 자필 자소서 때문에 아웃. 채용설명
           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RA가 끌리긴 했다. 이왕 노예가 될 거라면 저 정도는 해야지 만족스럽지.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바쁜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전력을 다할 곳은 분명 증권사가 아닐 것이다. 지금은
           트랙생각 밖에 없다.

           오늘 러닝에서 궁극의 기술을 터득했다. 일명 '왼 종아리는 쥐가 날 듯하고 오른 발목은 오늘 낮에 삔 것처
           럼 달리기'이다. 정말 오늘 상황은 딱 이러했는데, 신기하게도 3바퀴를 돌고나니 삔 발목의 통증이 느껴지
           지 않았다. 달리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 기술이 대단한 점은 걷는 것과 비슷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속
           도는 틀림없이 걷는 것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2바퀴, 20바퀴, 25바퀴에 위기가 왔을 때, 이 기술로 극복하
           여 30바퀴를 채웠다. 정말이지 겸허하게 기본으로 돌아가게 하는 기술이다. ㅋㅋ.

           이 기술의 궁극형은 '발바닥이 뜨거워질 정도로 달리기'이다. 이것은 가장 평온한 상태에서 시전된다. '왼
           쥐오삔'으로 에너지를 축적하다가 대략 15바퀴 정도의 순간에 폭발적으로 속력을 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
           은 보폭이 커지는 동시에 빨라진다. 팔을 빨리 흔드는 것이 요령이다. '발뜨달'은 마치 인터벌 러닝을 하는
           것 같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순간폭발적이라는 점에서 조금 게으른 면이 있다. 지금 내 한계다. ㅋㅋ.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죽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겠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형태 그대로.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했는데, 죽으면 말
           짱 꽝이야. 호감이 가는 그녀에게 말 한번 못 붙여보고 끝나는 거다. 앞으로 13번은 더 볼 수 있는데 그마저
           도 못하고 끝이다. 내일은 이런 생각을 잊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발표준비를 하자. 이게 마지막이라고
           해도 나는 훌륭한 발표자로 죽고 싶다. 지금은 그게 다야. 내 인생 최고의 목표다. 그녀에게 잘 보이는 것,


4. 신경쓸 것 : 내일은 소설만. 모레에 끝나는 대로 그 이후로는 대우 팀 과제만.

                   러닝은 당연히 매일. 새로운 기술도 습득했겠다... 이제 완주 못 할 일은 없다.